사유의 칼. 시대의 질문. 도마의 요리사.

쇼츠, 질문의 부재

―나는 무엇을 아는가

쇼츠(Shorts). 유튜브 60초 안팎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 알고리즘 콘텐츠 무한 소비. 과잉 중독. 순간 쾌락. 중독. 자극적 제목. 선정적 영상. 범람. 시간 낭비. 집중력 저하. 쇼츠는 즉각적 반응과 수동적 쾌락에 우리를 매몰시킨다. 소중한 시간을 순간 삭제한다. 쇼츠는 우리의 판단 능력을 정지시킨다. 무엇보다 쇼츠는 삶에 대한 성찰과 사유에 대한 질문을 제거한다. 질문이 제거된 삶. 질문의 부재. 그것은 근본 물음이 없는 내 존재의 부재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당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등의 질문들. 그 질문들은 쇼츠 속에서 삭제되거나 지연되거나 망각된다. 일상의 시간은 짧은 쾌락의 중독 노예가 된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관계. 인터넷 일상은 과잉된 삶을 조장하고 영혼을 더욱 잠식한다.

쇼츠의 일상에서, 일상의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중지한다. 쇼츠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 3시간. 나는, 매일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 중지를 시도한다. 쇼츠와 인터넷 없는 시간. 책을 펼치고 노트와 만년필을 꺼낸다. 책의 페이지 넘기는 소리와 펜촉 끝에서 잉크가 흘러나오는 시간. 완전한 고요 속에 침잠한 나를 만나는 시간. 손을 움직인다. 글을 쓴다. 어떤 글이든 쓴다. 쓸 것이 없다면 필사적으로 필사한다. 글을 쓴다. 나는 생각하고 살기 시작한다. 오늘의 삶을 계획하고 시험하고 시도한다. 만년필 쥔 손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나는 쓴다. 나는 존재한다. 막연한 하루의 윤곽이 명확해진다. 어제는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은 도래하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시도할 수 있는 명확한 일상의 모험. 경험. 시험. 실패. 다시. 모험. 반복. 실패. 다시. 긍정. 명랑. 반복.프랑스 르네상스 교양인, 철학자 몽테뉴의 책. 『에세Les Essais』. 시험하다, 경험하다, 시도하다 등을 뜻하는 동사 ‘에세이예(essayer)’에서 만들어 낸 명사. 몽테뉴의 ‘에세(essai)’. 책은 복수형 ‘에세(Les Essais)’이므로 ‘시도들’. 완전한 자기 탐구에 대한 질문들과 사유의 시험들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매혹된 질문은 ‘끄세쥬(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그 질문을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 3시간. 스스로에게 시도한다. 실패하는 날들도 있지만 다시 시도한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위해.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살기 위해. 몽테뉴도 플라톤(『티마이오스』)의 가르침을 인용한다. “네 일을 하고 너를 알라는 것”이다. “자기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이 자기가 누구인가” 질문하고 “자기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에세』 1권 3장)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일을 자기 일로 삼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꾼다. 헛된 일이나 쓸모없는 생각과 계획을 거부하는 것”이다. 몽테뉴는 말한다. “우리는 편안하게 제 집에 머무는 적이 없고 늘 저 너머로 나가 있다”고. 그러므로 하루 3시간. 쇼츠의 중지. 완전한 고독. 일상의 혁명. 질문하는 나. 나는 쓴다.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