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 Untitled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시각적으로 해석한다면 무엇이 담겨야할까? 김환기의 1956년 작품에서 여러 대상을 격자 속에 나열한 방식의 표현을 보았다. 이를 오마주 하여 화면 속 16개의 아이콘을 쇼츠 미디어로 대표되는 모바일앱의 아이콘으로 채웠다. 이는 단편적인 콘텐츠 소비 패턴을 상징하며, 미술관에서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작품을 스쳐 지나가는 관람객의 모습까지 연결된다. 미디엄을 층층이 쌓아올려 각 아이콘을 표현함으로써, 디지털 기호와 예술적 표현 사이의 긴장감이 생긴다. 익숙한 아이콘과 낯선 아이콘의 병치는 세대 간 디지털 문해력의 차이를 드러낸다.
“당신에게 쇼츠란 무엇인가요?”
2:10:42 (3 calls, 68 messages, 14 likes)
‘주의(attention)’라는 단어를 0.7mm 볼펜으로 정교하게 채워넣은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집중력 상실에 대한 명상적 실험이다. 언뜻 보면 인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길고 느린 2시간 10분 42초의 시간성이 담긴 수행적 작업을 하는 과정 중 3통의 전화, 68개의 메시지, 14개의 좋아요 알림이라는 ‘디지털 공격’에 노출되었다. ‘attention’의 어원이 ‘무엇을 향해 뻗는다(ad+tendere)’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과도 연결된다. 산만함의 시대에 맞서 의도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도파민 중독과 주의력 결핍에 대한 우려는 신체적·정신적 경험의 퍼포먼스가 되었다.
What’s Your Switch Cost?
‘스위치 코스트(switch cost)’라는 인지심리학적 개념이 있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비용을 ‘스위치 코스트’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이를 시각화하여 스마트폰에 몰입한 실루엣 형상을 통해 현대인의 주의력 분산과 그 대가를 이야기한다. 하단의 질문 “What’s Your Switch Cost?”는 관람자에게 자신의 디지털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기회를 제공한다. 외부적 산만함과 내부적 산만함의 차이를 인식하고, 자기 주도적 통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디지털 시대의 주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